쿠네(서민구)의 일각에 비밀스럽게 세워져 있는, 나의 집이면서도 어떤 의뢰라도 받아주는 크룬(해결사)의 가게.
그러나 이번 의뢰인은 직접 이 장소를 방문해 온 것이 아닌, 편지를 통해 나에게 의뢰를 전달했다.
그, 내용은──.
"──미아가 된 노견을 찾아달라는 의뢰?"
"응, 이름은 '엘'. 내가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아이래."
"그런 류의 의뢰는 지금까지도 몇 번인가 받아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보수가 적은 것 같단 말이지……."
그렇지만, 휴고는 거절하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결정권은 너한테 있으니까. 그걸 받아들일 거라면 다른 의뢰는 나에게 맡겨둬. 지금은 다행히도, 장작 패는 걸 도와달라는 의뢰 정도만 들어와 있으니……"
"고마워, 역시 휴고는 든든하네."
"하. 이제 와서, 당연한 걸 말하다니."
"나이 먹은 개? 잘 모르겠는데. 노견이라고 하는 걸 보면, 몸도 제법 약해져 있을 것 같은데? 어찌 됐든 이 근처 길가에서 죽어있는 게 아닐까?"
감사인사를 전하며, 마르셰에서 가장 큰 거리에서 매일 장사를 하고 있는 그들을 떠나왔다.
"아무리 아르페셰르가 좁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역시 생각한 것처럼 간단하게 찾아지진 않는구나."
머리를 긁적이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나는 다음 수색 장소로 발을 옮겼다.
그로부터 며칠 간──
나는 시간이 되는 때마다 엘을 계속 찾았지만, 나라를 돌아다니며 행적을 쫓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어느 날 밤.
자경단의 순회를 돌며 엘을 찾아보았지만 그것도 헛수고로 끝났던 때.
"으음. 어디로 가버린 걸까……! 엘의 체력을 생각하면 그렇게 멀리까지는 가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말이야……"
"──아직도 그 개를 찾고 있는 거야?"
교회의 의자에 앉아 골골대던 나에게 말을 걸어온 건, 자경단의 리더를 맡고 있는 친구·아돌프였다.
"……어라? 나, 아돌프에게 이 얘기를 했었나?"
"네가 낮밤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으니, 쿠네(서민구)에서 이야기가 돌고 있어."
터무니없는 일도 적당히 벌이라며 가볍게 잔소리를 듣고는, 미안하다며 나는 사과를 건넸다.
"뭐가 되었든 자는 때도 아껴가면서까지 찾을 필요는 없잖아.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서 쉬도록 해."
"그렇지만…… 시간이 없으니까, 그럴 수는 없어."
"……시간이 없어? 그건 무슨──"
의미냐며, 아돌프가 묻기 전에.
달칵……하고, 교회의 문 쪽에서 소리가 들렸으나, 문이 열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무슨 일일까."
의문을 안고 다가가 보니, 문 틈새에 한 통의 편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 앞으로 온 편지다. 하지만 보낸 이의 이름은 없었다.
대체 누가 보낸 편지인가 싶어, 봉투를 뜯어 내용을 확인했다.
'──오늘. 크룬(해결사)님이 찾고 있는 개처럼 보이는 아이를, 약초를 채취할 때에 산림 쪽에서 발견했습니다. 눈 깜빡할 새에 금방 놓쳐버렸기에,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
글을 다 읽어낸 순간, 나는 번쩍 고개를 들어 올렸다.
"걱정해줬는데도 미안해, 아돌프! 나, 아직 집으로 돌아갈 순 없을 것 같아……! ──휴고랑 같이, 의뢰를 해결하고 올게!"
"…………무리는 하지 마."
그 말에 대답을 한 뒤, 나는 교회를 뛰쳐나왔다.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휴고와 합류한 뒤 편지에 적힌 산림의 깊숙한 곳까지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그곳에──.
"찾았다……!"
힘없는 발걸음을 가진, 주름 투성이의 노견이 있었다.
발견한 것까지는 좋았. 지만.
"그 앞에는 절벽이……!"
엘은 자신이 【죽음】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주인의 남성을 찾아, 비틀비틀, 계속 걸어 나가더니──.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 몸을 공중에 내던졌다.
"엘!!!!"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생각할 새도 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뒤였다.
"──저 멍청, 이브!!!!"
휴고의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들렸지만, 한 번 뛰어내린 이상 멈출 수도 없는 노릇.
"닿아라……!"
순간 닿았던 사면을 발로 박차고, 속도를 내며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다행히도 손이 닿아, 나는 양 팔로 엘을 감싸 안은 상태로 추락하며── 품 안의 떨고 있는 작은 생명에게.
"──괜찮을 거야, 무조건! 잘해 보일 테니까!"
라고 외쳤고, 그 말에 답을 해주는 듯, 멍, 하고 엘이 짖은 순간.
내 의식은, 등과 머리에 전해진 강한 충격에 끊기고야 말았다.
…….
………….
"──정말이지, 간이 떨어질 뻔 했군. 여기에 나무가 심어져 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멍…… 멍……"
"아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출혈은 있지만, 생명에 지장을 주진 않겠지. 서투른 솜씨지만── 내가 처치를 해 두지"
게다가, 그에게는──.
"앞으로도 힘든 시련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런 곳에서 죽게 놔둘 순 없어."
──몇 시간 뒤.
눈을 뜬 나는, 급하게 날 찾으러 온 휴고와 무사히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눈을 뜬 때에는 이미 붕대를 감아 처치를 한 상태였기에, 당연하게도 휴고가 해 준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아무래도 아니라는 듯하다.
대체 누가……라는, 질문을 가질 여유도 없이, 가까스로 구해낸 엘과 주인을 다시 만나게 해 줄 때가 다가왔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는 작은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 뒤엔──.
"…………아아, 에……엘……, ……돌아와, 주었, 구나. ……콜록, 콜록……!"
끊어질 듯한 호흡을 이어나가며, 침대에 누운 채로 일어나지 못하는 청년을 보며── 휴고도 모든 걸 파악한 듯했다.
엘을 가만히 바닥에 내려놓자, 엘은 바로 그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그렇다, 이 의뢰인은 곧 23살을 맞이한다. 아르페셰르에 퍼져있는 【사신의 저주】에 의해, 숨을 거둘 것이다.
"이 아이와는…… 계속 함께 살아, 왔어서. 내 수명이── 끝나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리라이버가 되어, 연명을 한다고 해도, 커다란 감정일수록 잃어버리기 쉽고…… 연동시킬 수 없다고 하는, 메모리의…… 특성 때문에. 이 아이에게 가진 【애정】이……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러니.
"연명을…… 관두고. 엘과…… 남은 시간을 모두 보내자고 생각했어."
그 말을 들은 휴고가, 휙 하고 고개를 돌려 내 쪽을 쳐다봤다.
"너…… 그래서 그렇게 급하게 엘을 찾아다녔던 거구나."
"……응. 편지에 확실하게 밝힌 내용은 아니었지만, 글자가, 힘 없이 중간중간 끊겨 있었으니까……. 이제는 글자를 쓸 기력조차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어서."
그대로 남성은 한탄도 슬픔도 내보이지 않은 채, 엘을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밤이 완전히 걷힘과 동시에 평안하게 숨을 거두었다.
그렇게 주인을 먼저 보낸 엘도 마찬가지로, 며칠 뒤에 그를 따르듯이 기나긴 잠에 들었다.
──고작 개를 위해 연명을 포기하다니, 바보 같은 놈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가 고른 길을 이해할 수 없다고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나는── 이것도 하나의 【사랑】의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 좋은 녀석. 생명이나 감정이 소모품인 이 나라에선, 그 성격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하하. 나도, 보답을── 【사랑】을 바라며 하는 일이 아니니까. 다를 건 없어."
나도 그 사람과 그 동물처럼, 멋진…… 유일무이한 커다란 【사랑】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상대와, 언젠가는 만나고 싶다고──.
【사랑】을 위해 기꺼이 죽음에 다가섰던 그들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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