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아돌프, 다시 한번──. 오늘 생일 축하해. 앞으로도 건강하게 있어줘."
"응, 일부러 와줘서 고마워. 오늘은 다른 때보다, 네가 만들어준 요리가 맛있었어. 나도 나이가 나이이니, 슬슬 축하를 받는 것도 조금은 쑥스럽지만……."
슬쩍, 아돌프는 방 안쪽에 쌓여있는 많은 선물들을 보았다.
"……막상 축하를 받게 되면, 아무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으니 좀 그렇네."
"후후, 이브와 다른 사람들도 모여서, 선물을 주러 왔었지. 다음에 다시, 다 같이 식사할 자리를 만들어 볼까?"
"……난장판이 될 예감만 들지만, 어쩔 수 없지."
술자리에서의 참극을 떠올린 모양인지, 아돌프는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거절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들과의 교류를 즐기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 주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의 생일에도 무언가를 줘야겠어. 다음에 생일을 맞이하는 건…… 너였지. 지금부터 기대해 둬."
"아니야, 나는 괜찮아. 평소에도 아돌프에게는, 엄청 도움을 받고 있으니……. 그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생일을──"
이 짧은 시간 안에 알게 된 지인이나 친구들의 얼굴과 생일을 하나 둘 늘어놓다가──.
아차, 하고 세레스는 한 가지의 위화감을 깨달았다.
"어라? 그러고 보니── 나, 앙쿠의 생일이 언제인지, 몰라."
"……나도야. 그렇지만 그 녀석은, 명계에서 온 죽음의 파수꾼이니까. 생일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거 아니야?"
"있다고 하더라도, 명계와 이쪽은 날짜조차 다를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그의 생일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쓸쓸한 느낌이 든다, 며 세레스는 이 장소에는 없는 파수꾼을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다음 날, 부유구(슈디)의 클로드 저에서.
"──『명계 주인의 생일』, 말인가요?"
"네. 혹시 마티스 군이라면, 무언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요……."
클로드 가의 저택을 방문한 세레스는, 쟝이 내온 홍차를 마시며 마티스에게 안될 걸 알면서도 질문을 던졌다.
마티스는 세레스의 질문에 으음 하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몇 권의 책을 손에 들고 나왔다.
"으, 으음. 명계의 날짜나 생일의 유무는…… 안타깝지만 알 수 없었어요……. 명계를 제외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신이나 요정들의 경우에도, 생일이 알려진 존재는 많지 않구요……."
"역시, 그렇군요……."
"앙쿠 씨라면 '공주님이 가장 먼저 축하해 줬으면 좋겠어.'라고, 세레스 씨에게 자진해서 신고할 것 같으니까요. 말하지 않는다는 건──. 역시 이런 개념과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 같네요."
"응.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그래도 저는, 앙쿠의 생일을 축하해 주지 못하는 게…… 왠지 쓸쓸해서요."
걱정이 담긴 얼굴로 티 컵을 내려놓는 세레스에게, 클로드 가의 당주는 완전히 같은 타이밍에 얼굴을 마주했다. 그리고는,
"저, 저기……! 앙쿠 씨의 생일은, 알지 못하지만……!"
이라고 말한 마티스가 꺼낸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이, 바깥에서 흘러 들어온 책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12월 25일에 【어떠한 축하】를 하는 문화가 있어서──"
"…………?"
마티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더듬어가며 전해준, 그 내용에.
"와아……! 그건 정말 멋진 문화네요……!"
세레스는 꽃망울을 피우듯 웃음을 띄우고, 어떤 멋진 모임을 머릿속으로 자아냈다.
──12월 25일. 아침. 아르페셰르의 사방을 감싸고 있는, 리코리스·노와쥬의 꽃밭에서.
"…………."
겨울 특유의 공기조차 개의치 않고, 재앙의 꽃을 침대 삼아 자고 있는, 죽음의 파수꾼의 모습이 보인다. ──그곳에.
"앙쿠, 앙쿠──!"
"으음…… 이 목소리는, 공주님인가……?"
작은 발소리와 함께 들려온, 이름을 자아내는 사랑스러운 목소리에, 앙쿠의 의식은 한 번에 눈을 떴다.
천천히 눈을 뜨자──. 자신의 곁에는 무릎을 바닥에 댄 채, 얼굴을 들여다보는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여어, 공주님. 눈을 떠서 가장 먼저 보는 모습이 네 사랑스러운 얼굴일 줄이야……. 멋진 하루의 시작이군."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항상 입던 옷으로 자고 있는 앙쿠의 모습이 순간 너무 싸늘해 보였는데요……."
"하하, 나는 피부도 창백한 편이니. 죽은 사람처럼 보였으려나?"
"정말, 불길한 얘기를 꺼내지 말아 주세요."
부루퉁해진 세레스를 보고, 큭큭 웃던 앙쿠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언제나처럼 리코리스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왔다……는 건 아닌 것 같군. 혹시 나를 만나러 왔니?"
"아, 네. 그…… 앙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흐음, 네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니 드문 일이네. 사양하지 말고 말해 봐, 네 부탁이라면, 이 몸으로 이뤄줄 수 있는 건 모두 이뤄주지."
"가, 감사해요. 그럼 말씀도 주셨으니──"
"앙쿠, 오늘 하루── 당신의 시간을 제게 주실 수 있나요?"
"…………?"
이뤄질 수 없는 소원에, 앙쿠는 멍하니──. 붉은 눈동자를 크게 떠 보였다.
높게 묶어 올린 머리. 아돌프에게 빌린 일상복.
손에는 기분 좋은 밀가루의 냄새를 풍기는 구움 과자.
"……설마 이 세계에서, 과자를 만들게 될 줄이야. 이 긴 생도,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법이군."
"그래도, 처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어요."
막 구워 낸 쿠키를 손에 들더니, 세레스는 맛보기용으로 쿠키 하나를 안쿠에게 내밀었다.
잠깐 동안 고민한 뒤, 앙쿠는 그걸 받아 들고는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아, 상냥한 맛이야. 분명 공주님이 알려준 덕분이겠지. 나는 요리를 잘하지 않으니, 혼자서는 분명 끔찍한 걸 구워냈을 거야."
"명계에도 요리라는 문화가 있나요?"
"……없지. 살아있는 것들을 좋아하는 것 대신 먹는다는 개념은 있다만……."
"그럼 오랫동안 살아온 앙쿠에게 있어, 요리는 알지 못하는 경험이라는 소리네요. 뭐든 다 알고 있는 당신에게 무언가를 알려줄 수 있는 날이 오다니── 후후. 왠지 신기한 감각이에요."
"나도야. 너를 이끌어야 할 죽음의 파수꾼조차, 많은 식재료 앞에서는 오히려, 이끎을 당하는 입장으로 바뀌는 군."
큭큭 하고 웃으며, 보답이라고만 하며 앙쿠는 쿠키 하나를 세레스에게 내밀었다.
그녀도 망설임 없이, 작은 동물의 것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작은 입으로 쿠키를 베어 물었다.
"……응. 정말 맛있네요. 다음에 홍차랑 같이 또 먹을까요?"
"그건 매력적인 제안이군. ……그러나 공주님, 이렇게 많이 구워내다니 어쩔 셈이야? 두 사람이서 먹기에는, 많다는 생각이 든다만."
"그건 당연하죠. 저희들 것과 별개로, 특별한 【선물】을 하려고, 구웠으니까요."
"……?"
시계를 보았다. 아직 하루가 시작된 참이다. 앙쿠에게서 받은 【시간】은 아직 끝을 고하지 않았다──.
구움 과자를 몇 개의 바구니에 나눠 담고, 사신인 소녀는 죽음의 파수꾼과 함께 아르페셰르 안을 돌아다녔다.
──서민구(쿠네)·크룬(해결사의 집)
"──오, 왔구만!"
"어서 와, 두 사람 다! 이야기는 마티스 군에게 들었어."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안쿠를 데리고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크룬(해결사의 집).
"앙쿠, 아까 소분해뒀던 쿠키를 두 사람에게 전해주지 않을래요?"
"──아아, 그렇군. 왜 그렇게 많나 싶었더니, 모두에게 나눠주기 위해서 구웠던 거구나."
"후후, 거의 맞았……어요."
알았다며 앙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브와 휴고에게 쿠키가 든 종이봉투를 건네었다.
"고마워……! 우와아, 좋은 냄새가 나네, 벌써부터 먹어보는 게 기대돼……!"
"공주님이 마음을 담아 만들어 준 구움 과자다. 천천히 맛을 봐 보도록 해."
"그건, 당연하지. ──그럼 우리들도, 이걸 줄게."
작은 봉투 두 개를 잃어버린 대신, 옆에 놓여 있었던 두 개의 물건이, 앙쿠의 손에 전해졌다.
"……? 이건……?"
"쿠키의 답례야. 내가 준 건, 예쁘게 세공이 된 머리장식. 어떤 머리 색이라도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니까, 가볍게 써봐."
"내 거는 접이식 낚싯대야. 두 사람 모두, 곧잘 바닷가에 있는 리코리스의 꽃밭에 가잖아? 괜찮다면 이걸로 느긋하게 낚시를 즐겨봐."
"흐음, 제법 큰 답례군. 그러나 공주님에게 베푸는 인정이라고 한다면, 감사히 받아둬야겠지?"
"에? 아── 그, 그렇네요……?"
동의를 구했기 때문인지, 어딘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는 세레스에게 의문을 안은 채로.
그녀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앙쿠는 선물을 받아 들었다.
"지금부터는 또, 다른 장소로 향하는 거야?"
"네, 다음에는 병원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나눠드리러 갈까 싶어서요."
"그렇구나── 분명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
펄럭──하고. 어항에 있는 둥근 물고기도, 앙쿠와 세레스에게 손을 흔들어주듯 꼬리를 흔들어주고 있었다.
"…………."
그렇게 물고기에 이어, 이브는 앙쿠와 옆에 서 있는 그녀를 빤히, 쳐다본 뒤──. 쾌활히 웃어 보였다.
"또 보자. 앙쿠, 세레스. ──두 사람에게 있어 좋은 하루가 되기를!"
──두 사람의 작은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디아의 병실
"──자, 받아줘. 나디아의 몫은 카푸시느 씨가 알려준 병원 식사를 기반으로 한 레시피로 구워낸 거니까, 먹어도 괜찮을 거야."
"기뻐……! 친구로부터 손수 만든 과자를 받을 줄이야…… 나, 태어나서 처음이야. 평생 보물 상자에 보관해 두면 안 될까?"
"마음은 알 것 같지만, 상하기 전에 먹는 게 만들어 준 두 사람에 대한 예의란다? 나디아 군."
"역시 그런가……?"
"후후, 이 오빠도 나디아의 기분을 잘 알 것 같아요. ──이 아이를 위해 고마워요, 두 사람 모두. 나디아가 먹을 수 있는 과자를 만들어야겠다──며 저도 이전에, 도전해 본 적은 있었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잘 되지 않았거든요."
"의외로, 온도 조절이 어려우니까. 나도 몇 번인가 실패했으니."
"그렇네요. 거기에 반죽을 섞어내는 때에도, 금방 요리 도구 채로 망가뜨리고 말아서요. 항상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는, 세레스 군이나 살로메 씨의 위대함을 깨닫게 됩니다……."
'……요리 도구를 그 채로 망가뜨린다니……?'
"세레스, 죽음의 파수꾼 씨. 오늘은 멋진 선물을 줘서 고마워── 이건, 내가 주는 답례야."
──펄럭.
"두 사람이 리코리스의 꽃밭에서 함께 지내는 모습을 상상해서, 그림으로 그려봤어. ……닮지 않은 것 같았다면, 미안해."
"──아니, 그렇지 않아. 공주님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이, 무척이나 잘 재현되어 있군. ……명계로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그림이야."
"응, 정말 그래──. 특히 이 앙쿠 씨의 웃는 얼굴은,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생각해."
"우후후, 기뻐해 주니 다행이야. 나, 이 날을 위해서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오늘을 위해? 연습을?"
"크흠……! 그럼 저도, 이 손거울을 드릴게요. 머리를 정돈하거나 묶을 때에, 부디 사용해 주세요."
"나는, 환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수첩을. 여기에 식생활이나 취침시간을 세세히 작성하고, 건강한 육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도록."
"고마워요. ──앙쿠, 바구니 속에 아직 넣을 공간이 있나요?"
"아아, 문제없어."
'……아까와 완전히 똑같은 흐름이다만……그저 우연인가?'
──부유구(슈디)·클로드 가(家)
"과, 과자, 감사해요……. 막 구워낸 걸 먹을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아서…… 무척, 기뻐요."
"명계의 주인이 직접 구워낸 과자라니…… 후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인간은, 저희뿐일지도 모르겠네요, 도련님?"
"으, 응. 귀중한 걸 받았으니 답례를, 제대로 해야겠네……."
쿵!
"너희들도인가……!? 과자를 건네줄 때마다, 오히려 물건들이 늘어만 가고 있는 것 같다만……!"
"뭐 어때요, 그리 사양하지 마시길. 저는 홍차의 찻잎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소중한 아가씨에게, 부디 맛있는 홍차를 타 주세요."
"저, 저는…… 쓰기 편한 펜과 추천하고 싶은 소설을 준비했어요. 펴, 편지를 쓸 때라던가, 편리할 거라고 생각하니…… 꼭 써 보세요."
"와아, 멋진 답례네요. ──앙쿠, 돌아가면 펜으로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지 않을래요?"
"아, 응. 그건 상관없다만──"
'아르페셰르 안에서, 물물교환이라도 유행하고 있는 건가……? 그런 기억은, 남아있지 않는데……'
──국립연구소, 시안의 방
"──과자라면 그 근처에 놓고 가, 오늘 밤, 야식 대신 소비할 테니."
"소비……. 일부러 전해주러 온 공주님에 대해 감사의 한 마디조차 없을 줄이야……. 이러니, 정 한 톨 남아있지 않은 인간도 못되는 놈은──"
"멋대로 구워놓고 멋대로 주러 온 건 그쪽이잖아. 감사를 전할 의무 따위는, 내게 없어."
"…………"
"정말이지, 시안 씨는! 일부러 선물을 주러 와 준 사람을 상대로 싸움을 걸다니, 그게 무슨 신경을 부리는 거예요?"
"앙쿠도, 부디 화내지 마세요. 약속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건, 사실이니까요."
"그렇지만……."
"다방면으로 오만하고 예의도 없는 우리 상관 때문에 죄송해요……. 쿠키는 제가 시안 씨의 몫까지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맛있게 먹을 테니까요……!"
부스럭 부스럭
"──그런 고로, 여기요! 답례로 티 컵을 선물해 줄게요! 연구구(세르네보르)에서 만들어 진만큼, 어어어엄청 튼튼한 물건이니까, 깨질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마음껏 사용해 주세요─!"
"…………아아, 응.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앗? 아, 그, 그렇네요! 이렇게 한 번에 선물을 받다니, 신기한 우연도 있는 법이네요, 앙쿠……!"
'아니…… 명백히 지금까지 만난 모두가 미리 짠 것 같은 상황이다만……."
"──시안 씨, 시안 씨도 뭐 없나요? 사람에게서 받은 온정을 베풂 받은 걸로 끝내면 안 된다고요~"
"…………귀찮군. 연구실 구석에, 왕족이 멋대로 두고 간 장식품이 있겠지. 거기서 뭐든 적당히 골라서 가져가."
"아니 그건 너무 비싼 거잖아요! 받는 쪽도 엄청난 부담을 느끼게 된다니까요!?"
"그럼, 그쪽에 있는 조그만 구급상자라도 가져가. 거기에 있는 사신은 운이 없으니, 응급 시에 가지고 다닌다 해서 해는 없겠지."
'그녀에게 위해를 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당신인데도…….'
'이 사람은 대장 고양이를 마주친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네……'
──결국.
어째서 쿠키의 대가로 여러 선물들을 받았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앙쿠는 풀어내지 못한 채.
아르페셰르를 도는 새에 밤이 깊어졌고, 앙쿠는 세레스와 함께 시설로 돌아왔다.
안으로 이어지는 문 앞에 짐들을 내려두고, 겨우 끝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아……!"
"지, 짐을 전부 들게 해서 미안해요, 앙쿠. 역시 무거웠죠……?"
"아니…… 들겠다는 말을 꺼내고, 고집스럽게 넘겨주지 않았던 건 나이니, 네가 시무룩할 필요는 없단다. ……아무래도 짐이 처음보다 몇 배는 늘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만……."
그러나, 나쁘지 않은 무게였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이렇게나, 【선물】을 보내줄 친구가 늘어났다는 걸──.
실감하는 게 가능하니.
"후후…… 내 공주님은,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군. 그러나── 언제 누군가에게 그 마음을 빼앗길지를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어."
진심을 조금 섞어서, 그러나 숨기는 듯이, 농담을 섞어 말을 꺼내니──.
"…………."
세레스의 발이 탁 하고 멈췄다. 그녀가 돌아봄과 동시에,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아니에요, 앙쿠. 이 선물은 모두── 제가 아닌, 앙쿠의 선물이에요."
상냥한 시선과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다. 그 예상 밖의 내용에, 앙쿠는 눈을 깜박였다.
"…………무슨 의미인지?"
"그── 사실은 이전에, 아돌프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에, 앙쿠의 생일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서요. 그렇지만 명계의 사람에게는 그런 개념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니, 당신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불가능해서……."
생일, 이라며 앙쿠는 그 단어를 처음 듣는 듯이 반복해 보였다.
"그런 때에, 마티스 군이──. 오늘 이 날, 바깥 나라에서는 어느 성인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축제를 열고, 때에 따라서는 친한 사람들끼리 서로 선물을 나눈다──고, 알려줬어요. 그래서 이 날에 맞춰 앙쿠도 축하해 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분들께 당신에게 보내는 선물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렇구나. 그 결과가 이 산처럼 쌓인 선물이군…… 하고 앙쿠는 선물을 내려다보았다.
"민폐, 였을까요?"
"아니, 그렇지 않아. 공주님의 상냥함과 모두의 마음을── 기쁘게 생각해. 그렇지만── 나는 이 나라의 【죽음】을 관리하고, 때로는 명계로의 초대를 일삼는 파수꾼. 성인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정 반대의 불길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만……."
"그, 그렇지 않아요!"
등을 곧게 펴고 말하는 세레스에게, 앙쿠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다른 사람이나 당신이 뭐라고 말하든, 제게 있어서 앙쿠는……. 제멋대로였던 자살을 멈춰주고, 많은 친구를 만들 기회를 준── 소중한 사람…… 행복의 상징이에요."
게다가, 라며 세레스는 서서히 차게 물들어가는 공기에 하얗게 숨을 물들이더니, 앙쿠를 올려다보았다.
"저는 언제나 앙쿠에게, 이 저주받은 목숨을── 소중히 여겨지고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제가, 앙쿠가 태어난 걸 긍정해주고 싶었어요……."
"…………."
어디선가 날아온, 검은 리코리스·노와쥬의 꽃잎이 주위에 휘날렸다.
세레스는 그 꽃잎의 움직임에 맞춰, 앙쿠의 손을 잡았다──.
안쿠의 살짝 차가운 손바닥에, 【어느 물건】이 놓였다.
"…………이건……?"
"그──. 맘에게 배워서 만들어 본, 목걸이예요."
슬쩍,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린 초커를 가리켰다.
"제 초커에 달려있는 파란 보석과 같은 걸로, 만들어 봤어요. 앙쿠가── 제…… 저만의 죽음의 파수꾼이라는 증거가…… 되었으면, 좋겠어서."
"──…………"
부끄러운 듯한 세레스의 말에.
앙쿠의 눈동자에 머무는 파문과 함께, 귀걸이가 흔들렸다.
세레스는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도 웃음과 함께 얼굴을 들어 올려, 소중한 【가족】에게 향하는── 많은 감정을 담아, 전했다.
"──앙쿠. 이 넓은 세계에서 ──저라는 작은 동포를 찾아주어서, 고마워요."
"──【앙쿠】로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 말에.
"────……읏."
앙쿠의 얼굴이 괴로운 듯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는, 눈동자에 떠오르기 시작한 물방울을 결단코 형태로는 만들지 않은 채.
건네받은 목걸이를 다정하게 쥐고는── 자신의 목에 걸며 대답했다.
"──……고마워, 나의 소중한…… 세레스."
찰랑, 하고, 고리가 맺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야말로…… 수많은 불합리함을 맞으면서도, 있는 힘껏 살아남아── 나와 다시 만나준 네게…… 몇 번이고 감사를 보내도, 보내도 부족할 정도야. 이 목걸이를 계약의 증거로──. 다시, 네 자신에게 맹세하지."
얼굴을 올린 앙쿠의 목에는, 세레스의 축복이 형태로 변한 푸른 보석이, 반짝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잘 어울린다며 웃음을 지어주는 그녀의 손을 살짝 잡고는──.
"앞으로 몇십 년, 몇 백 년이 지나더라도── 나는, 너만의 죽음의 파수꾼이야. 네가 바라는 행복을 손에 넣는, 그때까지…… 부디, 곁에 있게 해 줘."
──손등에, 맹세의 입맞춤을 내렸다. 그런 그에게 세레스는── 만면의 미소를 담아.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계약의 증거를 몸에 걸친 앙쿠와 세레스는, 얼굴을 살짝 식힌 뒤, 짐을 들고 시설 안으로 들어왔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어머어머, 늦었구나. 세레스, 죽음의 파수꾼님. 맛있는 만찬의 준비는 이미 되어 있단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더 신경 써서 만들어 봤어."
"……앙쿠. 빨리 앉도록 해. 슬슬 이브와 다른 사람도 도착할 테니, 입구를 막고 서 있는 건, 방해만 돼."
테이블 한가득 늘어서 있는 요리. 따뜻한 온기가 올라오는 막 만들어진 요리. 당연하게 맞아주는 【가족】──.
"…………."
"후후, 놀라셨나요? 선물 말고도, 제대로 축하를 해주자고──. 맘과 함께 준비했어요. 나중에 이브와 다른 사람들도, 또다시 축하를 해 주러 올 거라구요?"
"시안이 올 지는, 미묘한 구석이 있지만……."
"괜찮을 거야, 분명 이브 씨가──. '그럼 참여하지 못하는 만큼, 제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시안 씨에게 가져다 줄게요.'라고 했더니, 알았다며 수락했다고…… 쟝 씨가 말했는 걸."
"나라의 최고 권위자도, 그 녀석의 요리에는 굴복하는 구석이 있군……."
앙쿠에 비해 신랄한 아돌프는, 멋쩍은 듯이 말했으나──.
도와줬다는 것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럼 저도 지금부터, 스튜를 만들게요. 오늘을 위해, 특별한 맛을 내는 법을 연구해 봤어요…… 기대해 주세요."
모두가 방문을 한다는 게 즐거운 건지──.
세레스는 춤추는 듯한 발걸음으로, 살로메와 함께 주방으로 향했다.
평소 거점으로 삼고 있던 주거지와는 완전히 다른── 온기와 활기가 흘러넘치는 이 광경에, 아직도 멍하니 있는 앙쿠를 향해.
"────……받아."
얇고 긴 【무기】를, 아돌프가 던지면서 건넸다. 갑자기 던져진 그것을, 앙쿠는 반사적으로 받았다.
"빈약한 너도 쓸 수 있는, 가벼운 검이다. 세레스를 지키고 싶다고 바란다면, 그걸로 단련하는 게 좋을 거야."
"……괜한 참견이지만, 일단 받아두지. 그러나…… 공주님이 바란 거라고 한들, 네가 나에게 선물을 줄 줄이야……. 내일은 아르페셰르의 땅에 피가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네가 말하면 농담으로 들리지 않으니 그만둬."
요리가 늘어서는 식탁.
난로가 켜져 있는 방.
무뚝뚝한 아돌프.
주방에서 즐거운 듯이 요리를 하는 살로메.
그리고── 그녀와 함께 웃는 세레스의 뒷모습.
그 모든 걸 마치 눈부신 것을 보는 듯이 응시하는 앙쿠는── 그녀에게 받은 목걸이를 조용히 쥐고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이런이런. 나는 그저, 그녀가 【평범한 행복】을 손에 넣은 순간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았을 터인데."
이런, 완전히 반대의──.
"분수에 넘치는 행복을, 받을 줄이야……. ……곤란하군. ……이렇게 되면 만일의 때가 왔을 때, 놓아주기 힘들어지지 않은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중얼거림을 내뱉은 앙쿠의 등 뒤에 있는 문을, 초대받은 이브와 다른 사람들이 한 손에 술을 든 채로 떠들썩하게 열 때까지── 앞으로 5초.
"후후. 장남이 늘어난 것 같아서, 왠지 즐겁네. 아, 맞다. 아돌프와 사이도 좋고 키도 같다고 들어서, 두 사람이 맞춰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 봤어. 괜찮으면 여기서 입어줄래?"
"아돌프와 앙쿠가, 같은 옷을……! 저도 꼭, 봐 보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고는──.
눈을 반짝이며 부탁을 하는 모녀에게 거절의 말을 뱉지 못하고 의상을 입어본다.
쟝에게 기념사진을 찍힐 때까지── 앞으로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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